모래내시장

작가노트

하천에 모래가 쌓여 항상 물이 맑게 흐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모래내’. 그 이름처럼 넉넉하게 흐르던 물길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966년 103개의 점포로 시작된 모래내시장은 그후 1973년 2월 113개 점포의 서중시장이 형성되며 두 시장이 합치면서 서울의 4대 시장으로 꼽히는 현 모래내시장의 규모로 확장되었다. 신촌과 아현, 연신내를 아우르며 서울 서북부의 경제를 지탱하던 거대한 동맥이었다. 한때 동대문, 남대문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울의 4대 시장으로 꼽혔던 이곳은 수많은 삶이 교차하던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었다.

나에게 모래내는 단순한 전통시장의 역사가 아니다. 시골에서 상경해 모래내시장 한편에 터를 잡으신 부모님이 내어주신 ‘삶의 요람’이었다. 일곱 살 소년이었던 나는 시장 골목의 소란함을 자장가 삼아 자랐고, 부모님이 흘리신 땀방울이 어떻게 우리 가족의 따뜻한 밥상이 되는지를 지켜보았다. 시장은 나의 거대한 놀이터였고, 부모님의 전부였다.

2010년, 우연히 다시 찾은 모래내시장은 이미 거센 개발의 바람 앞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유년의 추억이 깃든 풍경들이, 그리고 부모님의 젊은 날이 녹아 있는 터전이 이대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예감에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4년. 2021년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어 2024년 개발이 마무리되기까지, 나는 시장의 마지막 숨결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때 서울 서북부를 호령하던 시장의 위용은 이제 아파트 숲 사이 작은 흔적으로만 남았지만, 렌즈 속에 포착된 상인들의 거친 손마디와 활기 넘치던 골목의 공기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전시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모래내시장에 바치는 헌사이자, 그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자식들을 키워낸 우리 부모님 세대를 향한 나의 고백입니다. 사진 속의 모래내는 비록 멈춰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를 키워낸 수만 점의 땀방울이 모래알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풍경은 변하고 시장은 사라졌어도,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유년의 따뜻한 흙내음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치열했던 삶의 증거로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